의료용 3D프린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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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22 10:50 조회1,425회 댓글0건본문
# 16세 여중생이 체육시간에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큰 통증은 아니기에 별 문제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척추와 골반을 잇는 뼈에 악성 종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척추 일부와 골반을 절반이상 잘라내야 했다. 수술을 하면 대소변을 가릴 수 없고 발목 이하로는 마비가 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 의사가 3D프린팅 조형물로 대체하는 수술을 권했다.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여 신경과 기능을 최대한 살린 후 조형물로 형태를 고정해 척추와 골반의 움직임을 살려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통증도 없는데다 보형물과 뼈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미세한 절뚝임을 제외하면 보행이나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날로 커지는 3D프린팅 시장
이처럼 3D프린팅은 ‘디지털 디자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재를 층층이 쌓아 입체형태로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이라는 정의에 걸맞게 의료분야에서도 개인 맞춤형 치료를 현실화시켜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특별한 기능이나 형태가 변하는 4D프린팅 제품이 적용될 경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한 의족이나 의수, 혹은 상상 이상의 어떤 것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제도와 규정이 뒷받침된다면.
연세의료원에서는 20일 산학융복합의료센터 개원 1주년을 기념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제는 ‘빅데이터, 뇌과학 영상, PET-CT, 3D프린팅의 활용 연구’였다.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의료인공지능에 대한 소개부터 치매 빅데이터의 구축 현황과 미래, 핵의학을 활용한 신약개발 등 최신 연구성과가 소개됐다.
이 가운데 의료용 3D프린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세계 3D프린팅 산업분야의 51%를 차지하는 스트라타시스(Stratasys) 한국지사 황혜영 지사장은 의료분야의 3D프린팅의 적용 실정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3D프린팅은 의료기기의 개발이나 임상현장에서 신체 보형물 제작, 수술 등을 위한 교보제 크게 세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개인 맞춤형 제품의 시제품부터 완제품까지를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하거나, 수술이나 교육, 수술 전 연습 등에 쓰일 두개골 등 신체를 대신할 보형물을 만드는 식이다.
황 지사장은 “3D프린팅을 통해 CT 등 영상정보를 바탕으로 실물과 촉감과 모양 등이 유사한 모델을 활용해 직접 체험하거나 연습 혹은 환자와의 소통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의 회복이나 처치시간을 줄이면서도 비용이 줄고, 여러 복잡한 형상에도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데다 수정과 변경이 쉬워 3D프린팅 모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세계적인 흐름을 전했다.
◇ 규정의 모호함, 타성에 젖은 의사… 발전저해 ‘우려’
하지만 국내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세계적 흐름에 관련 허가 및 심사 규정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6세 여중생 수술을 집도한 신동아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환자 맞춤형 3D프린팅 제품에 대한 법적 보호가 규정이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기준이 모호해 진료비를 온전히 받지 못하거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우여곡절 끝에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아도 인플란트(보형물)에 대한 비용은 받을 수 있어도 제작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나 노력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의료진이 새로운 길을 가듯 평가도 행위의 특성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기성제품에 익숙해져 기성품 없이는 수술을 꺼려하거나 집도를 하지 않는 의사들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일련의 태도에 대해 “타성에 젖었다”고 일침을 가한 후 “3D프린팅 제품은 환자의 예후와 만족감이 높고 수술의 편의성이 증대될 수 있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라며 “과거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하며 개척하던 선배의사들의 열정과 용기를 본받아 도전해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