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혈관·장기, 3D 프린터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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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2-09 08:55 조회3,299회 댓글0건본문
- 바이오 프린팅 시대 가까워져
원숭이에 혈관 이식 수술 성공, 쥐에 사람 간·귀 조직 이식도
대기업 뛰어들며 상용화 빨라져 5년 내 인체 임상시험 가능할 듯
장기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원숭이에 대한 혈관 이식이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졌다. 사람도 아닌 원숭이의 수술이 이처럼 주목을 받은 것은 이식한 혈관을 3D(입체) 프린터로 찍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쥐나 돼지, 소 같은 동물에서만 가능했던 이식수술이 사람과 같은 영장류에서도 성공하면서 머지않아 3D 프린터로 사람의 장기를 찍어내는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이식용 장기 부족 해결할 대안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입자를 층층이 뿌리고 열을 가해 전자제품이나 기계 부품을 만드는 장비다. 의료용으로도 일부 활용되고 있다. 티타늄 가루를 잉크 삼아 이식용 두개골이나 관절을 찍어내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쓰촨 레보텍은 3D프린터에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넣어 혈관을 찍어내고 같은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3D 프린터를 환자 맞춤형 장기 이식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바이오벤처 오가노보는 사람의 간 조직을 3D 프린터로 찍어내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작년 2월에는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와 강현욱 박사(현 울산과기대 교수)가 인체 세포로 찍어낸 사람 귀를 쥐에 이식했다. 강현욱 교수는 "귀를 인쇄할 때 미세한 통로를 만들어 나중에 쥐의 몸에서 혈관이 쉽게 자라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만 한 해에 12만명이 넘는 사람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해 매일 13명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다. 과학자들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의 세포로 장기를 찍어내면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대기업들 참여로 상용화 속도 빨라져
바이오프린팅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의 거대 헬스케어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대학, 바이오벤처들과 손을 잡았다. 미국 티슈 리저너레이션 시스템스와는 이식용 뼈를 인쇄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캐나다 애스펙트와는 무릎 연골을 프린터로 찍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르면 5년 내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약효 시험용 바이오프린팅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돼 상용화가 장기 이식보다 더 빠를 수 있다.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과 미국의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갬블(P&G),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는 3D 프린터로 화장품이나 화학물질을 시험해볼 피부를 찍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프린터로 찍어낸 세포는 제조 가격도 저렴한 데다 입체이기 때문에 배양접시에 평면으로 키운 세포보다 실제 사람에 가까운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프린터로 찍어낸 피부를 환자 치료에도 쓸 수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레노보케어는 화상 부위에 피부 세포를 분사하는 총 형태의 3D 프린터를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3D 프린터 시장이 2015년 5억4000만달러(약 6200억원)에서 연평균 15.4%로 성장해 2021년 12억9000만달러(1조4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식용 장기까지 인쇄가 가능해지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오가노보사는 몇 년 내 미국에서만 한 해 30억달러(3조4400억원) 이상의 시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선 이식용 척수 연구 진행 중
국내에서는 티타늄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이식용 관절이나 두개골, 기도(氣道)를 찍어내는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세포를 이용한 바이오프린팅 연구도 시작됐다. 포스텍 조동우 교수는 3D 프린터로 인공 근육을 만들었다. 울산과기대 강현욱 교수는 같은 대학 김정범 교수와 함께 환자의 줄기세포로 척수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으로 바이오프린팅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기업의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아 대학과 벤처 차원의 연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