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프린팅으로 연기흡착, 화재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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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12 15:12 조회2,474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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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제천, 지난달 밀양 대형 화재처럼 순식간에 퍼지며 대규모 인명사고를 초래하는 연기를 확 빨아들이면 어떨까. 최근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에서는 다행히 전기가 끊기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고 방화벽을 신속히 내려 인명피해를 막았으나 대체로 화재가 발생하면 단전으로 환기시설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이 최근 4D 프린팅 연구를 통해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흡수하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기 흡착 소재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부피를 줄인 뒤 일정 기준 이상 열이나 물, 연기가 감지되면 에어백처럼 퍼지며 그 안의 팬이 작동하도록 하는 원리다. 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은 “4D 프린팅으로 연기를 강력하게 흡착하는 기술은 3년 내 마무리하고 실시간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화재대응 시스템도 6년 내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4D 프린팅은 컴퓨터 설계를 통해 한 층씩 재료를 쌓아올려 고정된 3차원 입체 형상을 만드는 3D 프린터에 비해 제작 방식은 같지만 스트레스·온도·습도·전자기장 등 외부자극에 따라 시간이 흐르며 형상이나 성질 등이 달라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웨어러블 기기나 로봇, 의료기기 등에 다양하게 쓰일 전망이다. 실례로 세포 프린팅을 통해 인체 장기 등을 만들고 삽입된 보형물이나 지지대 등도 자가 변형이 가능해진다. 기온· 습도 등에 반응하는 의류와 온도·습도·빛·전자기·압력 등에 따라 변하는 우주선도 제작할 수 있다. 변형이 가능한 스텔스 폭격기, 파도에 따라 변하는 선박, 지표면 상태와 속도에 맞춰 외형과 패턴이 바뀌는 타이어도 나온다. 문 센터장은 “4D 프린팅은 형상기억고분자 등 소재 특성을 활용한다”며 “3D 프린터로 각종 시제품은 물론 산업 현장과 가정의 제조혁신을 가져오는 것 이상으로 임팩트가 크다”고 설명했다.
KIST는 3D 프린팅 연구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21년을 목표로 한옥 짓기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기와를 찍어낸 데 이어 2m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도 제작했다. 인체에 유해한 접착제를 옻·아교·홍합 단백질 등 천연소재로 바꾸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3D 프린터 잉크로 고운 흙을 쓰기 위해 인쇄한 흙을 재빨리 굳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로봇팔을 활용해 프린팅의 대형화를 꾀하면서 AI 기술로 최적의 프린팅 기법도 개발한다. 문 센터장은 “미국·중국·유럽·일본·두바이 등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건축에 도입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3D 프린팅으로 이미 뛰어난 성과도 올리고 있다. 해양 기름오염 방제에 3D 프린터를 활용해 구멍이 있는 국자 모양의 필터를 만든 뒤 표면에 친수성 구조를 형성해 기름을 뜨는 ‘기름뜰채(Oil-scooper)’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게 눈길을 끈다. 오일펜스와 흡착포로는 기름 제거에 뚜렷한 한계가 있어 기름을 직접 뜰 수 있도록 유수 분리 필터를 곡면으로 만든 뒤 친수 부직포를 깔고 플라스마 공법으로 기다란 나노구조체를 형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망과 망 사이에 물막이 남아 기름이 통과하는 것을 막게 된다. 심각한 환경오염도 막고 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회수한 기름도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기존 연구자들이 평평한 면의 유수분리 필터를 연구했던 것에서 벗어나 2014년 3D 프린터로 곡면형상을 만들어 연구한 게 주효했다”며 “해경에서 ‘기름 제거 효과가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바다와 강의 기름 유출은 물론 가정 싱크대에 버리는 기름 제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KIST는 최근 청수인더스트리(대표 오계동)에 착수료 12억원에 매출의 3% 로열티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했다.
3D 프린터로 첨성대·고인돌 등 역사유물, 지도, 그림, 동식물 성장 과정이나 빛의 굴절 등 학습교구도 2014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점자책 이외 그림이나 형상까지 느끼도록 했으며 서울맹학교 등에서 수업교재로 쓰고 있다. 문 센터장은 “고려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했는 데 우리의 뛰어난 인쇄 전통을 되살린 셈”이라며 “플라스틱·금속·세라믹 등을 3차원 열처리 기술로 매끄럽게 다듬어 일반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재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